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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클럽

조회 수 4277 추천 수 1 댓글 3
모든 예수전은 저자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을 반영할 뿐이라던 슈바이처의 선언은 이제 잊어도 될 것 같다. 최근의 영상으로 된 예수전들은 소비자가 보기 원하는 예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천지창조에서 시작하여 구속사를 요약하고, 묵시록의 구절로 끝나는 이 영화는 명백히 예수를 사랑하는 기독교인들이 보기 원하는 예수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거대자본이 만들어 낸 폐기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몇 가지 감상 방법론만 잘 익히면 중간중간 무릎을 치다가, 격하게 끄덕이다가, 귀에 걸릴듯한 미소도 지어가며 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요놈이다.

감상법 1. 자료비평
영화는 요한복음 저자(극중에서는 사도 요한과 동일인)의 술회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감독은 요한복음으로는 극적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공관복음서로부터 여러 자료들을 가져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위해 사용한다. 예를 들어 탄생장면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들과 예수가 중간중간에 말하는 비유들은 요한복음에는 나오지 않는 것들이다. 요한적인 자료들과 그 사이에 끼어든 자료들을 분리해 가면서 감독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가 끝나 있을 것이다.

감상법 2. 역사비평
이 작품이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을 주된 타겟으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간중간 역사비평가들의 도움을 받은 장면들은 극의 완성도를 탁월할 정도로 높여준다. 빌라도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대량학살을 통한 시위진압 장면과 대사제들이 군중을 선동하여 예수를 사형으로 몰아가는 장면은 복음서의 예수 이야기를 개연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해 준다. 이런 관점에서 고문 이후의 장면들이 매우 불만족스러울 수는 있지만...

감상법 3. 양식비평
이 영화는 불트만이 "아포프테그마"라고 불렀던 것(말씀자료를 인용하기 위해 자료 앞뒤에 특정 사건자료를 배치하는 양식. 영어권 학자들은 "패러다임"이라 불렀다)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기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 요한복음의 사건 자료들 안에다 공관복음서의 비유들을 삽입한다. 성전 씬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아포프테그마가 등장하는데, 너무 재미있는 장면이므로 스포일링 하지 않겠다.

감상법 4. 문학비평
영화의 갈등구조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 영화에 나타나는 바리사이파와 성전 사제들은 교활하거나 극악무도한 악당들이 아니라 나름의 대의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 고심하는 이들이다(이러한 재구성이 가능하게 한 역사비평가들에게 일단 박수를 쳐 줘야 한다). 그들은 예수와 긴장관계에 있지만 어떨 때는 매우 합리적인 이들로 그려짐으로써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소재에 극적 재미를 불어넣는다.
  • profile
    고수길 2014.04.23 08:49
    이 방법론에 관해서 흥미있게 생각하고, 설득력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를 성서비평학적 방법론에 근거해서 보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에 부적절하다 봅니다. (그렇다고 몸글의 영화에 대한 해석을 수용하지 않거나 하진 않습니다.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라 고민도 하기도 했구요.)

    영화을 볼 때, 제작되는 배경이나 영화 제작 중에 일어난 사건 혹은 제작자의 가정사, 제작자의 경험이나 사상 등을 알아두면 이해하기 쉬운 면도 있습니다. 영화는 "기획단계-촬영단계-편집단계"로 보통 제작됩니다. 한국에서는 감독이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지도를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제작과정에는 감독이 연출자, 편집자의 권한을 쉽게 가질 수 없습니다. 애초에 다 관여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면요. 아무튼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영화는 최종 편집본을 보고 판단하는 겁니다.

    -이 부분이 제가 영화를 볼 때 기준입니다.
    최종편집본으로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영화의 스토리의 역동성이 전달이 되었는가? 인물 간의 갈등관계는? 장면과 연출의 짜임새가 어색하지 않았는가? 영화음악은 상황에 맞게 배치되었는가? 배우의 연기, 어투 등을 통해서 종합적으로 제작자가 원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는가? 또한 이 영화의 예술성이 드러나는가?(영화는 예술입니다.)

    전 이 영화에 대해 가장 크게 실망한 점이 있었는데요. 그건 영화가 주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배우가 계속 내밷는 겁니다. 예를 들면, 최근 영화 <노아>에서도 마지막에 엠마 왓슨이 노아에게 위로차원에서 하는 대사말입니다. 제작자가 노아를 통해 주고자하는 메시지를 엠마 왓슨을 통해 설명합니다. 최악이죠. 관객을 믿지 못하는 겁니다. 또한 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와 동일하게 <선 오브 갓>도 성경을 억지로 넣은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선 오브 갓>은 자신이 연출하고 감독한 영상메시지가 관람가에게 제대로 전달될 것이란 믿음이 없었나봅니다.
    저도 본지 몇주가 지나서 자세히 얘기하려면 한번 더 봐야겠네요 :)
  • ?
    yeo. 2014.04.23 09:47
    성경을 억지로 넣은 느낌 때문에 더 성경처럼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성서비평 방법론들을 적용해 보고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구요..ㅋ
  • profile
    고수길 2014.04.23 10:28
    성경을 억지로 넣은 느낌 100프로 동의하고 공감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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