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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촉구 촛불기도회 설교(2014.08.25) by 양희송(청어람 ARMC 대표)
 
“탄식하라, 탄원하라, 탄핵하라”
 
“마리아가 이르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보라 이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
능하신 이가 큰 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시며
긍휼하심이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이르는도다.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는 빈손으로 보내셨도다
그 종 이스라엘을 도우사 긍휼히 여기시고 기억하시되
우리 조상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히 하시리로다 하니라.” (눅1:46-55)
 
1.
오늘 우리 모두는 여러가지 이유로 착잡한 마음을 갖고 이곳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유민 아빠 김영오 님이 병원으로 후송된 이후에도 43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식을 멈추고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는 그런 아버지의 심정을 보상금을 노린 위선과 거짓말이라고 악담을 퍼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을 상대하며 느끼는 참담한 심정을 또한 안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세월호 대참사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꼭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절실한 요구를 12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간절한 요구는 여당과 야당이 짜놓은 틀과 합의 속에 담겨지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얼마나 더 무고한 이들의 희생이 있어야 역사는 전진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오늘 함께, 기도하고, 예배드리면서, 우리의 마음과 뜻을 다시 한번 다져보고자 합니다.
 
2.   
오늘 우리는 무엇보다 한국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3가지 태도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1) 탄식(歎息)
그 첫째는 ‘탄식’입니다. 숨을 길게 내쉬면서 한탄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불행과 무고한 고통 앞에 우리는 ‘탄식’해야 합니다. 예수께서도 “누가 내 이웃입니까?”라는 종교지도자의 질문에, 선한 사마리아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길에서 강도 만나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길거리에 방치된 사람에게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은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멀찍이서 알아보고 미리 미리 피해다녔습니다. 그 사람들이 제사장과 율법사들입니다. 배운 것이 많고, 책임과 권위가 크고, 지켜야 할 품위가 있어서, 저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불행에 개입할 의사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 강도 당한 사람은 그 사회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죽음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었습니다. 그때 그에게 다가간 사람이 사마리아인입니다. 그는 요즘으로 치면 가장 종교적으로 불경한자, 이단쯤에 해당합니다. 사회적으로는 문둥병자나 세리나 창녀와 동급입니다. 선한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그가 육체적으로 죽어가고, 사회적으로 죽어가고, 종교적으로 버림받은 사람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사마리아인은 적어도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그 사람을 향해 ‘탄식’하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오늘 광화문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이들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 사이에 40일을 굶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권력과 품위와 고결함을 갖춘 이들은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절차를 밟아라, 법적으로 하자, 아직 안죽었다, 다른 의도가 있다… 악담과 저주는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이 세상에서 3년의 공생애 기간 동안 예수께서 유일하게 욕설과 저주를 퍼부은 대상은, 가증스런 종교지도자들과 그 잘난 사회 지도층과 국가의 권력자들이었습니다. ‘회칠한 무덤’, ‘독사의 새끼’, ‘전갈’, …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두려운 악몽은 평생에 걸쳐 성실하게 종교적 생활을 잘 살았는데, 마지막 날에 주님께서 ‘나는 너를 모른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어찌하여야, 영생을 얻겠습니까?”란 질문에,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고 답했습니다. “누가 나의 이웃입니까?”란 질문에, “네가 그의 이웃이 되어주라”고 대답합니다. 
 
우리 모두는 오늘 깊이 탄식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함께 탄식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비로소 막힌 숨을 터서, 다시 호흡하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누구도 이런 식으로 절망과 좌절 가운데 엎드러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 마음을 터뜨리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탄식’하는 이들과 함께 탄식하며, 그 탄식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을 섬기게 됩니다.
 
2) 탄원(歎願)
둘째는 ‘탄원’입니다. ‘탄원’은 글자 그대로 ‘고통스럽게 소리내어 원하는 바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마땅히 그 원통한 바를 풀어줄 위치에 있고,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이에게 소리내어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 거대한 광화문 광장에 우리는 무얼하러 모였습니까? 단순히 우리의 상처와 고통이 심해서 끙끙 앓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월호 대참사를 당한 유가족들과 구조는 되었으나 힘든 회복의 과정에 있는 모든 이들은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소리내어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 부조리하고, 야만적인 상황을 하루속히 종료시키고, 인간다운 삶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그 일에 마음을 쓰고, 힘을 쓸 수 있는 모두에게 큰 소리로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탄원은 시간이 가면서 풀어지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경해지고, 더욱 큰 소리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세월호가 넘어갔을 때, 우리 모두는 해경이 구해주는 줄 알았습니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구조헬기와 국내외의 장비와 해군과 민간으로 모든 노력이 다 투입되는 줄로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공무원들에게 탄원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믿을 수 없이 무능했습니다. 문제의 해결사들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제공자들이었습니다. 가족들은 현장에서 좀더 높은 사람, 좀더 유력한 기관으로 끊임없이 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장관에게 안되면, 국무총리에게 했습니다. 국무총리가 안되자, 결국은 대통령에게까지 탄원했습니다. 대통령도 외면하자, 한국을 방문한 교황에게까지 탄원합니다. 가족들의 간절함은, 누구든지 이 문제를 풀어줄 대상에게로 계속 향했습니다. 야당에게, 여당에게 이런 내용을 담아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탄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합의한 특별법안은 2번에 걸쳐 가족들에게서 거부되었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에게 탄원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 모두는 오늘 이곳에 다시한번 탄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가 탄원하는 대상은 더이상 국민들의 고통에 불감증을 느끼는 권력자와 정치권이 아닙니다. 성경은 이땅에서 권력자들이 백성들의 억울함에 눈을 감고, 판결을 굽게 하고, 뇌물을 취하고, 피눈물을 흘리게 할 때, 여호와 하나님께 탄원하도록 하십니다. 백성의 목자로 부름받은 이들이 양떼를 돌보지 않고, 자기 배를 불리고, 짐승들에게 참변을 당하도록 방치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친히 그 백성의 하나님이 되셔서 거짓 목자들을 심판하고, 자기 백성의 눈에서 서러운 눈물을 씻어주신다고 약속합니다. 한국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지금 해야할 기도는, ‘유가족들을 내팽개치고 나라를 구해달라’는 내용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들의 목자가 되어주셔서, 억울함을 풀어주고, 참담함에서 구원하시라’는 것이어야 합니다. 지금 교회 내에서 기도제목이라며 돌아다니는 내용이 얼마나 수치스런 것인지 우리는 회개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한국사회가 완전히 새로운 사회로 거듭나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에 나서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3)탄핵(彈劾)
셋째는 ‘탄핵’입니다.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오늘 제가 얘기하는 탄핵은 구체적인 법적 제도를 동원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전적으로 말하면, “탄핵은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 파면이 곤란하거나, 검찰기관에 의한 소추가 사실상 어려운 대통령, 국무위원, 법관 등 고위공무원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행위/제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국회에서 2/3가 찬성해야 탄핵안을 가결할 수 있습니다. 아마 지금의 여야 의석 상황으로 본다면, 지금 상황에서 국회가 이런 판단이나 결정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더구나 이 문제가 단순히 누군가 한두 사람을 탄핵소추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인지 저는 의문입니다.
 
‘탄핵’의 한자말을 풀어보면, “(총알이나 화살을 쏘듯) 따지고 캐묻는다”는 뜻입니다. 치명적으로 따져들어가는 행위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 304명이 희생되었고, 구조되었으나 상당히 힘겨운 회복과정에 있는 수백명의 고통 앞에서, 첫째,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둘째, 어떻게 이런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셋째, 우리 사회는 이 피해자들을 어떻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를 우리 모두는 따지고 캐물어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과실에 따른 단순사고라면, 이미 존재하는 제도와 절차로 수렴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과연 그러합니까? 사고의 전과 후에 밝혀져야 할 사실이 너무 많고, 사고 과정과 구조활동의 부조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국가기관들이 줄줄이 책임을 져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참사는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 제도와 절차가 총체적으로 작동하지 않더라는 것을 충격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치명적으로 캐물어야 합니다. 성역없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이 참사 자체를 캐고들어가야 합니다.
 
맡겨주면 잘 하는 줄 알았던 기관과 제도가 저리도 허무하게 무능할 줄은 몰랐습니다. 재난을 만들어낼 능력은 있는데, 이를 방지하거나 수습할 능력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참사를 대처하는 모습이나 그 이후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논의과정에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도 이 문제를 푸는데 있어 우유부단하고, 우왕좌왕하며 촛점을 잃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좌우의 진영논리로 풀 수가 없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섣불리 한두 사람을 겨냥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 문제 자체를 탄핵, 즉 치열하게 따지고 캐묻기를 촉구합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방식을 합의해야 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관과 제도가 무력하다면, 이것을 수행할 새로운 제도가 필요합니다. 새롭게 권한을 부여하고, 진실의 추구를 위해 다시 서약해야 합니다. 절대로 진실만을 추구하고, 성역없이 조사하고, 예외없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과거 우리사회가 문제를 풀기 위해 가동했던 위원회나 특위 등이 기대에 턱없이 모자라는 결과를 내놓고, 사후 대책도 흐지부지된 사례가 너무 많았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문제를 잘 풀기보다는 악화시키는 결과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동일한 과정을 밟지 않으려면, 관련된 모두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공공의 유익에 헌신해야 합니다. 유가족들의 단식과 항의는 단순히 자신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들을 단순히 어떤 사고의 피해 당사자로 만들어 놓으면 안됩니다. 이분들을 보상금 더 받기 위해 드러누운 교통사고 피해자 취급하면 안됩니다. 그들은 우리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막기 위해 ‘공익의 대표자’로 저 자리에 있습니다. 이들의 희생과 고통이 어떻게 다루어지느냐는 우리 모두의 고통이 어떻게 다루어질 것인지를 보여주는 표본입니다. 우리는 따져묻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3.
마리아의 노래는 탄식과 탄원과 탄핵의 메시지를 다 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찾아오신 예수께서는 우는 자를 위로하시고, 비천한 자를 돌아보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마음이 교만한 자를 흩어버리시고, 권세있는 자를 위에서 내리치시고, 부자를 빈털털이로 보내는 분입니다. 거짓과 악이 더이상 창궐하지 않도록 평강의 왕이요, 정의의 하나님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분입니다. 기독교는 이런 예수를 고백하는 신앙입니다. 이런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 교회를 구성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한말씀 드립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놓고 충분히 ‘탄식’했습니까? 충분히 ‘탄원’했습니까? 이 문제를 ‘탄핵’하고자 결연히 나섰습니까? 무고한 죽음의 무게를 과소평가하지 맙시다. ’80년 광주’가 군사독재 아래서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크나큰 희생으로 지난 30년간 직간접적으로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쳐왔다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회 곳곳의 적폐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300명을 삼킨 이번 세월호 대참사는 앞으로 한 세대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사건입니다. 세월호를 제대로 기억하고, 풀어내지 못한다면, 한국사회는 앞으로 30년간을 이 그늘 아래서 갈등하고, 적대하는 참담한 상황을 못 벗어날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기도가 세월호 참사를 바르게 풀어내는 일에 집중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탄식’하고, 함께 ‘탄원’하고, 함께 ‘탄핵’하며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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